의료 칼럼 ' 배 은 희 전남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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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몸
의료 칼럼 ' 배 은 희 전남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신장과 고혈압 관계
  • 입력 : 2010. 06.23(수) 00:00

"소변에 거품이 보여 집 근처 병원에 갔더니 단백뇨가 나오고 혈압이 높으니 큰 병원 가라"는 말을 듣고 찾아왔다는 환자가 있다. 단백뇨를 줄이는 약이 혈압약이므로 혈압약을 처방했더니 환자는 "혈압약은 순환기내과에 가서 받겠다"고 한다. "혈압을 조절하는 기관은 신장이니 신장내과에서 처방을 받으셔도 됩니다"라고 하면 의아한 눈으로 못 믿겠다는 듯이 바라보는 환자들도 많다.

이런 환자들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종종 만난다. 신장이 혈압을 조절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고혈압쥐의 신장을 정상쥐에 이식하면 정상쥐는 고혈압이 발생하게 된다. 또 정상인의 신장을 고혈압 환자에게 이식했더니 정상 혈압을 되찾았다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고혈압의 발생 기전(機轉)이 다 밝혀진 건 아니지만 1987년 유명한 생리학자 가이톤(Guyton)에 의한 신장에서의 '혈압-소디움배설의 이상'이 대표적인데 이는 몸에서 불필요한 염분을 배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혈압을 증가시키는 물질도 신장에서 분비하는데 이를 '신장성 고혈압' 이라 한다. 원인이 불분명한 본태성 또는 일차성 고혈압의 원인도 이러한 신장의 혈압조절 장애 때문이다.

본태성 고혈압은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으로 전체 고혈압의 90∼95%를 차지한다. 신장 혈관성 고혈압, 내분비성 고혈압, 심혈관성 고혈압, 뇌압 상승에 의한 고혈압, 임신 중독에 의한 고혈압 등 다른 질환으로 인해서도 고혈압이 생기긴 하지만, 이때도 신장 혈관성 고혈압의 빈도가 가장 높다.

이러한 고혈압은 자각 증세가 없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장기간 조절하지 않고 두면 뇌, 심장, 신장, 말초혈관 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뇌에는 뇌출혈, 뇌경색, 치매, 안저 변화(망막 출혈)가 생긴다. 신장질환이 고혈압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고혈압에 의해서 신장질환이 악화되기 때문에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매년 수 천명의 환자가 신장이 나빠져 이식이나 투석을 받는데 15∼20%가 고혈압 때문이다. 당뇨병성 신증, 만성 사구체 신장염이 생기면 혈압 이 올라가고 이렇게 생긴 고혈압은 신장질환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신장질환의 주 치료약이 고혈압 약일 정도로 신장 질환자에게 혈압 조절은 절대적이다.

다른 만성병이 다 그렇지만 고혈압도 생활 습관 개선 요법과 약물 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생활 습관 개선요법은 약물요법보다 효과가 더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체중 감량, 저염분 식사, 운동만으로도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식사는 저지방, 저염분, 저열량식을 해야 한다. 특히 염분을 적게 섭취해야 한다. 하루에 필요한 소금 섭취량은 약 6g정도(티스푼 2개)다. 우리나라 사람은 보통 20g을 섭취한다. 그만큼 짜게 먹고 있는 셈이다. 염분 섭취가 많으면 합병증이 많이 생긴다. 일본의 연구 결과를 보면 10년 동안 염분을 과다 섭취한 사람에게서 뇌출혈과 고혈압이 많이 생겼다.

약물에는 효능에 따라 이뇨제, 혈관확장제, 효소억제제, 교감신경억제제, 칼슘채널차단제 등이 있다. 약물의 사용도 중요하겠지만 고혈압과 신장관계를 생각해보면 저염 식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짐작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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