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통 사케 지키며 시대에 맞는 상품 개발 혼신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경제
300년 전통 사케 지키며 시대에 맞는 상품 개발 혼신
2부ㆍ일본 장수기업에서 배운다
(3) 다츠우마혼케주조㈜
올 창립 355주년ㆍ16대째 가업 잇는 전통酒 제조기업
장수 기원 '하쿠시카' 브랜드… 사케 접목 칵테일 인기
  • 입력 : 2017. 08.23(수) 00:00
일본 오사카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위치한 ㈜다츠우마혼케주조의 다츠우마 켄지 대표가 전시ㆍ판매장에서 대표 상품인 사케를 선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다츠우마혼케주조가 SNS를 활용해 회사를 홍보하는 모습.
일본의 술은 청주, 탁주, 소주의 구분 없이 모두 '니혼슈(日本酒)'라고 한다. 이중 사케(淸酒)는 가장 맑게 거른 상태의 '청주'를 말하는데, 우리에게는 '정종(正宗)'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정종은 사케의 대표적인 상품(브랜드)이며, 일본의 전국 시대를 누볐던 무사 다케 마사무네(正宗)의 이름에서 유래되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의 술집에서 사케가 아닌 "마사무네를 달라"고 주문하면, 술 좀 아는 사람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청주 브랜드 중 하나가 정종이듯, 일본의 주류 제조회사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일본에는 전통주를 제조하는 기업은 약 1200곳에 달한다. 그 중에서 '하쿠시카(白鹿)'라는 브랜드를 갖고있는 다츠우마혼케주조㈜가 주목받고 있다. 창립한 지 300여 년이 넘은 장수기업이기 때문이다.

1662년에 설립돼 올해로 창립 355주년을 맞은 다츠우마혼케주조㈜는 16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기업은 사케, 즉 청주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오사카 시내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위치해 있는 다츠우마혼케주조㈜. 이곳에 다츠우마혼케주조㈜ 본사 겸 생산 공장이 있다. 도보로 5분 거리에는 주민들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다츠우마혼케주조㈜ 전시ㆍ판매장, 레스토랑, 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다츠우마혼케주조㈜의 제16대 사장인 다츠우마 켄지(47) 대표는 "아버님으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인데 초대 사장이었던 할아버지께서 나무로 술통을 만드는 장인이셨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통에 담아둘 술을 제조하기 시작했다"고 창립 배경을 밝혔다.

다츠우마 일가(一家)가 16대째 가업을 이으면서 다츠우마혼케주조㈜를 300여 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운영할 수 있었던 건 가업을 물려받기 위한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일상 생활을 하는데 있어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당연히 필요한 존재인 것처럼, 다츠우마 일가에서 가업을 잇는 일이란 '자연스러우면서도 당연한 일'이었다는 얘기다.

네 형제 중에 둘째 아들이었던 다츠우마 켄지 대표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큰형이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둘째 아들인 그가 가업을 잇게 됐다.

불만은 없었다고 한다. 전공과 무관한 일이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술을 제조하는 일을 가까이 해왔기 때문에 낯설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들 넷 중에 누군가는 가업을 이어 받아 다츠우마혼케주조㈜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특별한 점은 다츠우마혼케주조㈜는 기업명 보다는 브랜드명인 '하쿠시카(白鹿)'로 더 잘 통한다는 것이다. 회사 로고, 심볼 등 모두 하쿠시카를 상징으로 하고 있어서다.

다츠우마 켄지 대표는 "'하얀 사슴'을 뜻하는 하쿠시카는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사슴이 천년이 지나면 장수한다'는 옛말이 있는데 신(神)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대로 내려오는 ㈜다츠우마혼케주조의 슬로건 또한 '쌀에서 시작해서 스마일로 가져간다'로 주목할 만하다. 전통주를 제조하는 기업이 오사카에 많은 만큼, 차별화를 두고 싶은데 고객들에게 맛있는 술을 제공하고, 그 술을 마신 고객들이 웃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기업 철학이 담겨있는 셈이다.

이런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술을 제조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미묘한 온도 조절이나 풍미는 다츠우마혼케주조㈜만의 전통 제조 방법으로 만들고 있다.

하쿠시카에서 자신있게 추천하는 사케 중 '명품 준마이 다이긴죠수'는 최고의 양조용 쌀인 야마다니시키(山田錦) 등의 쌀을 50%까지 정미해 천연의 명수인 미야미즈(宮水ㆍ로코산의 지하수가 남쪽 바닷물과 섞여 나오는 물)로 만들었다. 비교적 스위트한 맛에 가깝지만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을 느낄려면 차갑게 해서 마실 것을 권했다.

전통 사케 뿐만 아니라 칵테일처럼 마시는 새로운 스타일의 사케를 만드는 등 시대에 맞는 상품 개발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파인애플, 복숭아, 배, 유자 등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사케와 접목시키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도움을 주고자 한다.

다츠우마 켄지 대표는 "아버지께서 운영하실 때와 달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홍보'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우리 술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홍보 전문가를 채용해 SNS를 활용하는 등 체계화 시키고 있다"며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제품을 홍보하고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츠우마혼케주조㈜는 인재 채용도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 들어 해외 마케팅 확대를 추진 중이라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어학 능력 중심으로 신입ㆍ경력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경력사원을 뽑을 때 한가지 염두하고 있는 점이 바로 '터프한 정신력'이라고 다츠우마 켄지 대표는 말했다. 도전 정신이 강한 사람,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도 맡겨만 주면 최선을 다해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겠다는 얘기다.

다츠우마혼케주조㈜가 또 한번 주목받을 만한 이유는 바로 지역사회 공헌활동의 일환으로 하고 있는 '교육사업'이다. 이 기업은 1917년부터 학교법인을 설립해 현재 유치원, 중학교,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다츠우마 켄지 대표의 증조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이 교육사업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이처럼 다츠우마 일가가 30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다츠우마혼케주조를 운영하면서 가업 승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건, 개인 사욕이 아닌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하쿠시카만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 키우다'라고 할 정도로 회사 가치를 인재에 두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츠우마 켄지 대표는 "가족, 직원, 모두에게 '소다떼루(そだてるㆍ키우다)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술을 제조하는 일도 '숙성 시키고 키운다'고 하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지역 사회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곧 일본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오사카=글ㆍ사진 주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