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건물 문화공간 탈바꿈… 전국 관광객 모이는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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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일제 건물 문화공간 탈바꿈… 전국 관광객 모이는 도시로
옛 공공건축물 재활용 통한 도시 재생 현장
1 '근대역사문화 중심도시' 군산시
  • 입력 : 2017. 11.08(수) 00:00
군산시는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으로 사용됐던 건축물을 40억여원 들여 리모델링해 군산근대건축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등록문화재 374호로 등록될 정도로 건축학적 가치가 뛰어나 군산역사문화거리의 명물이자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공공건축물은 대개 특정 용도에 맞게 지어진다. 공공성을 띠기에 이 건축물은 해당 지역민이 많이 찾게 되고 이럼으로써 지역공동체의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이 된다. 하지만 시대 및 산업구조 변화와 도시 팽창, 개발 욕구 등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 용도 폐기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될 경우 곤충의 허물처럼 덩그랗게 남게 된다. 이들 공공건축물들은 그냥 헐리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다른 용도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공공건축물은 '역사성'을 지닌 탓에 도시 전통 보존이라는 차원에서 세계적으로 도시 재생에 중요한 활용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광주광역시에서 옛 전남도청과 전남경찰청 청사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으로 변모된 것은 후자의 대표적 사례다. 국내 및 스페인,독일, 프랑스의 주목받은 옛 공공건축물 재활용 사례를 5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 군산내항 조계지 개항

일본 건축물 177채 보존

조선시대 군산은 호남평야의 세곡이 모이는 군산창과 이를 지키는 군산진이 설치됐던 곳이다.

군산내항은 금강하구와 중부 서해안에 자리한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물류유통의 중심지였다.

이러한 해상교통로의 역할을 염두에둔 일본은 1899년 군산이 조계지로 개항된 후 군산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1905년 제 1차 축항공사를 시작으로 1921년까지 많은 공사를 통해 미곡수탈의 기지로 육성했다.

조계지란 개항장에서 외국인이 자유롭게 통상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수 있는 지역으로 ,1914년까지 존속됐다. 조계지는 군산창과 군산진이 위치했던 군산내항 인근을 중심으로 동서 구릉지 사이의 평지에 격자형으로 조성됐다.

군산진이 위치했던 자리에 일본영사관을 두고 이 곳을 중심으로 종으로는 1조통에서 9조통까지, 횡으로는 중심 간선도로에 본정통(현재의 해망로ㆍ장미동 )라는 일본 도시의 가로명을 붙이며 도시가 형성됐다. 현재 이곳에 일본 가옥과 건물들이 많이 분포한 역사적 배경이다.

군산시는 일제 강점기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 문화를 입힘으로써 다크 투어리즘 (dark Tourismㆍ인류의 죽음과 비극(아픔) 발생지를 대상으로 한 관광)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 행정기관 이전 "월명동 공동화

장미동 근대건축물 활용하자"

대부분 도시는 시청과 법원과 같은 행정기관, 은행, 역 등 공공건축물이 도심에 들어서기 마련이다. 군산도 마찬가지.1997년 월명동에 있던 군산시청을 비롯해 법원과 검찰청이 신시가지인 조천동으로 이전되면서 원도심이던 월명동 일대는 공동화(空洞化)가 진행된다. 이 문제는 지역의 현안으로 부상했고,군산시는 2006년 문동신 시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원도심 활성화 대책을 추진한다.

군산시는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 재생 공모사업에서 '근대산업유산 벨트화 사업'이 선정돼 사업비 100억원을 확보하면서 대형프로젝트 추진 동력을 얻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는 군산내항 일대(장미동) 에 산재한 근대 건축물을 최대한 활용해 관광자원화하는 쪽으로 도시재생 컨셉트를 잡은 것이다.

현재 군산 시내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근대 건축물이 177채 남아있다. 이 가운데 본정통이었던 및 현재 해망로 근대역사거리에 있는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과 옛 일본 18 은행 군산지점, 옛 군산세관 등이 대표적인 공공건축물로 꼽힌다.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외관은 4층 높이이지만 실제로는 2층 건물로 덩치가 제법 커서 쉽게 눈에 들어온다. 1922년에 신축된 이 건물은 해방되기까지 조선총독부의 직속금융기관으로서 당시 일본상인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면서 군산과 강경의 상권을 장악하는데 초석을 다진 일제강점기 침탈적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대표적 은행이었다.

군산출신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고태수가 다니던 은행으로 묘사된 곳이기도 하다. 광복이후 한일은행 군산지점으로서 30여년간 사용됐다가 이후 개인 소유로 넘어가 나이트클럽과 예식장 등으로 활용되는 부침을 겪었다. 이 건축물은 당시 한국에서 활동했던 대표적인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中村資平)가 설계한터라 건축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어 등록문화재 374호로 지정됐고,군산시는 2008년 40억원을 들여 이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지금은 군산근대건축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군산에 현존하거나 또는 사라져버린 근대 건축물 10여 곳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2층에는 조선은행 군산지점 설계 및 리모델링 과정도 전시하고 있다.

● 정부 공모사업 선정 100억 확보

건물 리모델링 재원으로 투입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인근에 ‘옛 일본 18 은행 군산지점’(등록문화재 373호)이 있다.한때 중고품 판매장으로 쓰이다 보수를 거쳐 ‘군산 근대미술관’으로 거듭났다.

1907년에 설립된 '일본 18 은행 군산지점'은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둔 은행으로, 숫자 18은 은행 설립인가 순서를 의미한다.군산지점은 조선에 7번째 설립됐으며,주 업무가 무역에 따른 대부업이 주종을 이루었다. 광복후 대한통운 지점 건물로 사용됐으며, 2008년 2월 28일 등록문화재 지정 이후 군산시는 사업비 30억원을 들여 보수·복원을 통해 군산 근대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본관 건물에는 일제수탈사 사진전, 18은행 건물역사전시실, 18은행 보수과정 전시실 등이 마련돼 있다. 건물 한 가운데 전시공간에서는 기획전시가 잇따라 열린다. 또한 본관 뒤편 부속건물 1층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금고를 볼 수 있다.

군산시는 근대산업유산벨트화사업지구 조성사업이라는 큰 틀에서 이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시, 자체사업 180억원들여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건립

옛 근대 공공건축물 리모델 사업 뿐만 아니라 근대역사거리에 사업비 180여억원을 들여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을 건립했다.

지난 2011년 9월 30일 개관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지난 2015년 2월에 누적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개관 41개월만이다.

군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소통하는 시간이 머문 흔적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전국에서 가족 및 학생들의 역사체험교육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인기 덕분에 군산시는 매년 10월 시간여행을 테마로 한 축제도 열고 있다.

박물관 인근의 옛 조선은행과 18은행, 옛 군산세관 (도지정문화재)등 7개 건물이 테마단지화되고 박물관이 핵심 관광인프라 로서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거둔 것이다.

군산근대역사거리 핵심 건축물은 문화재 3개에다 △부잔교(군산내항 부두 다리) △장미공연장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쌀창고)△장미갤러리 (광복후 위락시설 사용 건물)△(구)미즈상사 (일제강점기 무역회사 건물 ) 등이 있다.



● 3선 단체장 10년 이상 사업 추진

일관성 유지 가시적 성과 한 몫

이처럼 군산시가 근대역사문화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는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우선 내리 3선을 한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를 꼽을 수 있다.문동신 시장은 처음 사업추진시 “우리 것도 제대로 관리하고 활용 못 하면서 일본 잔재에 수십억을 투자하느냐”는 일부 시민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이들을 설득해 10년 이상 관련 사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 다른 하나는 2001년에 시행된 ‘등록문화재 제도’이다. 이 제도는 국가가 재원을 투입해 근대 문화유산을 보존 활용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재정력이 열악한 지자체로서는 50대 50대 매칭사업비만 부담해 근대문화유산을 보수 정비해 재활용할 수 있게 돼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개발이 덜 된 탓에 헐리지 않고 보존된 근대문화유산이 많았던 군산시로서는 기회가 된 셈이다.



● 올해 '근대건축물 진흥구역' 선정

내년부터 2차 사업 본격 추진

군산시는 '근대역사문화의 중심도시'로써 도시를 재생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태문 군산시 도시재생과장은 "그동안 월명동 일원 46만 6000㎡지역을 '도시재생선도지구'로 지정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200억원을 사업비를 투입해 추진한데 이어 올해 7월 '근대건축물 진흥구역'로 지정된만큼 내년부터 사업지역내 주택 보수와 기간시설 정비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업 추진 결과 쇠퇴했던 원도심에 활력이 되살아난 것은 긍정적인 면이지만 개발에 따른 부동산(땅값)가격 급등으로 인해 군산시가 향후 추진하려는 각종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산시 한 관계자는 " 도시재생사업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자 해당 지역 땅값이 7배 정도 뛰어 지자체가 향후 사업 부지를 매입하려 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이기수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등록문화재란


등록문화재는 국보,보물, 사적,명승, 천연기념물, 시도지정문화재, 시도민속자료 등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중 보존ㆍ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한 문화재를 말한다. 등록문화재 대상은 건설 ㆍ제작ㆍ형성된지 50년 이상 지난 모든 형태의 문화재(무형문화재 제외)다.

등록문화재의 구체적인 등록 기준은 역사, 문화,예술 사회, 경제 , 종교 ,생활 등 각 분야에서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을 말한다. 또 지역의 역사ㆍ문화적 배경이 되고 있으며, 그 가치가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이나, 기술 발전 또는 예술적 사조 등 그 시대를 반영하거나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등록문화재가 될 수 있다.

등록문화재 등록 절차는 문화재 소유자가 시군구 지자체를 경유해 문화재청에 신청하면 관계 전문가 3인 이상의 등록 조사와 문화재위원회에서 조사보고서 심의와 신청자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등록 여부를 결정해 고시한다.

50년 이상이 되지 않은 것이라도 긴급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문화재는 제한적으로 등록문화재가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등록문화재는 709건이 등록돼 있다.

지정문화재는 원형보존이 원칙이나 등록 문화재는 이보다는 완화돼 활용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해당 지자체 등이 지역 및 문화재 특성을 살려 재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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