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너' '나 그대에게…' 이장희, 70년대 초 가요계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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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남의 통기타 이야기
'그건 너' '나 그대에게…' 이장희, 70년대 초 가요계 평정
국소남의 통기타-노스텔지어 7080(Ⅲ)
히트곡 마다 금지곡 불운
이유는 '가사가 다 남 탓'
'나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 입력 : 2017. 10.11(수) 00:00
70~74년 가요계를 평정했던 이장희의 노래가 담긴 앨범.
● 내 음악여정, 결단의 순간(1975)

75년 무더운 여름이 지난 어느 날 '별밤지기' 소수옥 선배로부터 호출이 있어 낮 시간에 방송국엘 갔다. 편성국 사무실이 아닌 한가한 라디오 주조로 오라는 것이었다. 얼굴을 본 순간 평소와는 달리 무겁고 조금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참 뜸을 들이더니 말문을 열었다. "소남아. 너 서울로 올라가라. 네 실력이 아깝기도 하고 이젠 중앙무대에서 날개를 펴보는게 어떻겠냐."

예상치 못한, 뜻하지 않은 권유에 말문이 막혔다. 아마도 이제 자기 품안에서 필자를 놓아줘야할 때라고 느꼈던 듯하다. 오후 6시 광주 동구 금남로 남선빌딩 지하다방에서 임정수씨(지구레코드사 사장)를 만나 보라고 했다. "너의 노래 실력, 방송무대 경력 등 사전에 방송국에서 녹음테이프를 통해 들을 건 다 듣고 임정수 사장과 모든 합의가 다 됐노라"고도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인 듯 말투나 표정 등 무게감으로 보아 쉽지 않은 결단이었음을 직감했다.

그날 오후 지구레코드사 사장인 임정수씨와 독대하기에 이른다.

누구나 인생에 결단의 순간은 있게 마련인가 보다. 사람을 낳으면 한양으로, 말은 삼다도(제주)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듯이 말이다.오후 내내 상의할 대상도 없었고, 어찌해야 할지 수없는 고민을 반복했다. 시간은 다가오고 마침내 남선빌딩 화장실에서 '고뇌의 마지막 결단'을 내리고 지하다방으로 내려갔다.



●레코드계 양대 산맥 '지구ㆍ오아시스' 레코드

한국 레코드계의 두 거물. 지구 레코드사 임정수 사장과 오아시스 레코드사 손진석 사장이 장본인으로 1950년대~1980년대 국내 가요계를 쥐락펴락 했던 거물 중 거물들이다.

1954년 미도파 음반공사를 설립한 뒤 1964년 지구로 개명했다. 국악음반인 박록주의 홍보가, 김연수의 판소리 시리즈, 서도소리 대접전, 단가 등 명반들을 임사장 주도하에 지구 레코드사가 제작, 국내음반 100만장 시대를 연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와 신중현과 엽전들을 비롯, 내로라하는 톱가수들을 거느린 초호화 군단으로 국내 음반계를 점유하고 있었다.

당시 국내 가요제를 휩쓴 백마가요제에서 트로이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임정수 사장 제작, 박춘석 작곡, 정두수가 작사를 맡아 지구 레코드사 트로이카로 유명세를 탔다.

가수 배호, 이미자, 이현, 은희, 남진, 나훈아 등 수많은 가수들이 소속돼 지구사단을 형성했다. 조용필과 지구 레코드사 간 저작권 법정투쟁이 하나의 흠이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오아시스 레코드사의 손진석 사장 또한 레코드계 양대 산맥의 한 축이었다. '한국 대중가요는 그의 손끝에서 시작 된다'라 말할 정도로 히트될 노래는 귀신처럼 알아내는 신기를 지닌 사람이었다.

히트곡 제조기 작곡가 김희갑을 발굴했고 60~70년대 가요시장을 선도하며 2500종의 국내음반, 1500종의 해외 라이센스 음반을 제작 발매하며 가요시장을 주도했다. 이들 외에도 중ㆍ소 레코드사로는 신세기, 아시아, 킹 레코드사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질적, 양적인 팽창이 시작됐던 곳이 양대 레코드사(지구ㆍ오아시스)였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지금은 가수들이 연예기획사에 전속돼 활동하지만 1950~1980년대엔 그런 기획사가 존재하지도 않았다. 당시는 레코드사를 중심으로 가수, 작곡가, 작사가, 연주인들이 소속돼 활동했다.



● 이승엽, 빅토르 위고, 국소남의 결단

한국 프로야구의 영원한 라이언 킹 이승엽. 2003년 12월11일은 그가 잊지 못할 날로 꼽는다. 서울 리츠칼튼 호텔의 기자회견장에서 일본 프로야구단 지바 롯데 마린스에 입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미국 메이저 리그 도전이냐, 삼성 잔류냐, 일본 롯데 지바의 제시를 받아 들이느냐의 기로에 서서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최종(순간적) 결정을 내렸다고 술회한 바 있다. 2002년 당시 국내에서 FA자격을 얻고 기자회견 하면서 일본에서 꿈을 이루겠노라고 눈물을 흘렸다.

빅토르 위고는 노틀담 대성당에서 벽에 숙명(Fate) '아낙(Anak)'이란 글자를 새기고 나서 그 유명한 '노틀담 곱추'를 썼다.

필자는 남선빌딩 화장실에서 5분여의 짧은 시간에 중앙무대 출세의 길을 마다하고 고향 광주를 택했다.



● 1973년 이장희 3집(그건 너)

'그건 너'의 이장희. 1947년 10월13일 경기 오산 출생.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 1971년 '겨울이야기'로 데뷔, 2011년 경북 자랑스러운 도민상. 라이오 코리오(대표)역임했다. 첫눈에 울릉도에 반해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사람. 2004년부터 세계 탐험을 즐기고 있는 사람. 첫사랑과 결혼, 이혼한 사람. 잘 나가다 대마초와 사업부도로 홀연히 미국으로 사라진 가수.

지난 2004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울릉도에서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만들었다. 농장도 일구고 노래비도 세우고 연못도 조성하고 이름하여 자신만의 '울릉천국'을 만들어가며 산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꼭 이 울릉천국을 찾는다. 관광명소가 된 것. 키우던 개 라코(미국에서 운영했던 '라디오 코리아'의 준말)가 16년 동안 친구요, 동반자로 동고동락하다 2008년 정월대보름날 저승으로 보냈다. 그의 가장 가까운 벗이 하직을 고한 것. 라코를 울릉천국 언덕에 묻고 '순간 나도 죽고 나면 울릉도에 묻히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당시 그의 슬픔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70년대 국내에서 본격적인 싱어 송라이터시대를 연 장본인(당시 진정한 싱어 송라이터는 김민기와 한대수 정도)이다. 히트시킨 첫번째 곡이 3집 앨범의 '그건 너'이다. 서정적이고 문어체의 가사와 시구가 대부분이던 당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구어체를 가삿말에 들고 나와 가요계를 평정했다.

웃기는 건 정부가 '76년'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등 그의 대표곡을 금지곡으로 묶어버렸다. 이유인즉는 가삿말이 온통 남 탓이란다. 헐~. 우리는 그런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단군의 후예들이다. 호사다마라 했던가. 그해 12월 표적수사로 대마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기까지 한다. 그의 히트 곡 '한잔의 추억'은 술꾼들의 영원불변한 주제가가 되고 만다. 그에게 잊지 못할 명곡은 영화 '별들의 고향'의 주제가였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이다. 그야말로 대박을 친 영화다. 당시 48만명의 관객이 봤던 '별들의 고향'은 지금으로선 엄두도 못내는 빅 히트 영화였다.

여자를 꼬시기 위해 만들었던 노래 덕분에 서혜덕이란 여자에게 이 노래를 바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당시 가요계는 이장희 외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이 세곡은 포크 가요계의 일품 명곡들이다.

소개된 바 있는 70년대 초에는 국내 가요계에서 트윈 폴리오, 키 보이스, 라나에 로스포, 김민기, 양희은, 김세환, 이연실, 어니언스, 4월과 5월 등이 활동하고 있었다. 국내 포크음악과 더불어 70년대 초반인 1970~1974년에 국내 팬들에게 인기있었던 외국 팝들도 많다. '위드아웃 유(Without you)' '예스터데이 원스모어(Yesterday once more)' 러브스토리(Love story )' 등 요즘에도 인기있는 주옥같은 곡들의 르네상스 시대였다.(표 참조)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국소남의 통기타이야기

1970~1974년 유행 팝음악

Epitaph (King Crimson)

Love story (Andy Williams)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B. J. Thomas)

Venus (Shocking Blue)

Bridge over troubled water 
(Simon & Garfunkel)

Let it be (Beatles)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Roberta Flack)

Indian reservation (Raiders)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Dawn)

Don't forget to remember (Bee Gees)

Without you (Harry Nilsson)

American pie (Don Mclean)

Song sung blue (Neil Diamond)

Black & white (3 dog night)

Yesterday once more (Carpenters)

Take me home country road(John Denver)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Stevie Wonder)

Stairway to heaven (Led Zeppelin)

The saddest thing (Melanie)

Heart of gold (Neil Young)

Mother & child reunion (Paul Simon)

I shall sing (Art Garfunkel)

Once there was a love (Jose Feliciano)

I'd love you to want me (Lobo)

Burning Love (Elvis Presley)

Ben (Michael Jackson)

Go away little girl (Donny Osmond)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Kris Kristofferson)

Crocodile Rock (Elton 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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