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위대한 발견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1911년 4월 8일.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케 카메르링 오네스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환호성을 올렸다. 자신의 멘토였던 과학자 반 데르 발스와 로렌츠의 이론을 기반으로 극저온 실험에 몰두했던 그는 이날도 액체 헬륨을 이용해 수은의 온도를 낮추며 전기저항을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온도가 떨어질수록 수은의 전기저항은 점점 줄어들었고, 마침내 절대온도 4.2K(영하 268.8도)에서 갑자기 전기저항이 사라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물리적 특성, 초전도 현상의 발견이었다. ...
2024.03.07 17:01이기고 지는 일은 병가지상사라 예측할 수 없으니(勝敗兵家事不期·승패병가사불기)/ 수치를 견디고 참는 것이 사내대장부로다.(包羞忍恥是男兒·포수인치시남아)/ 강동의 자제들 중 뛰어난 인재가 즐비하니(江東子弟多才俊·강동자제다재준)/ 흙먼지를 일으켜 다시 도래했다면 승패를 알 수 없었으리라(捲土重來未可知·권토중래미가지) 당나라 시인 두목이 ‘역발산 기개세’의 무위를 떨친 서초패왕 항우(기원전 232~202)의 마지막 패배와 기백을 기리며 쓴 시 ‘제오강정(題烏江亭)’에 담긴 구절이다. ‘권토중래’란 말이 이 시에서 나왔다. ‘권...
2024.03.06 17:34강진군이 올해부터 관광객에게 여행경비 50%를 돌려주는 파격적인 ‘반값관광’을 시행한다. 군은 올해 예산 100억원을 편성했고, 시행에 앞서 강진청자축제(2월 23~3월 3일)기간 시범 운영도 마쳤다. 결과는 대박이다. 올해 청차축제 기간 방문객은 20만여명으로 지난해 11만명에 거의 두배 수준으로 올랐다. 축제기간인 삼일절 연휴에는 꽃샘추위와 강풍 등으로 날씨 리스크에도 불구, 관광객이 몰린 것은 ‘반값관광’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게 강진군의 설명이다. 강진군이 시행하는 반값여행은 2인 이상 가족의 여행경비 절반을 환급해주...
2024.03.05 17:01달빛(月光)은 햇빛의 일부를 달 표면이 반사하면서 지구로 비치는 빛을 뜻한다. 그동안 달빛은 ‘밤의 낭만’을 상징하며 문학 작품은 물론 ‘월광소나타(베토벤)’, ‘달빛(드뷔시)’ 등 음악에도 자주 등장했다. 오늘날에도 달빛은 따스함을 내뿜는 형용사처럼 쓰인다. 4일 광양시는 달빛어린이병원의 현판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전남에서는 순천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2014년 9월 보건복지부는 응급실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경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치료하고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을 추진했다. 밤을 비...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2024.03.04 16:09정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공천(公薦 )이다. 공천은 공직선거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이 후보는 우리 정당 사람”이라고 인증을 해주는 것이다. 정당이 공천권을 갖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유권자가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 공약을 검증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정당은 이를 대신해 검증된 후보를 낸다. 유권자는 정당과 후보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투표한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은 선거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이다. 우리 정당 공천의 역사는 이승만 정부때인 1954...
2024.03.03 14:32“학생들이 아침에 건강한 밥을 먹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남대는 지병문 총장 재임시절이던 지난 2015년 아침식사를 챙기기 힘든 재학생에게 저렴한 아침밥을 제공해 건강한 식습관을 돕고, 식비부담도 줄이자는 취지에서 국립대 최초로 ‘1000원 아침밥’을 도입했다. 전남대는 교내 학생회관 식당에서 ‘건강밥상’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아침 1000원짜리 아침밥을 제공했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타 대학들의 벤치마킹이 이어졌고, 전국의 대학으로 확산됐다. 도입 초기엔 학생들이 1000원을 내고 학교는 대학발전기금에서 1000원을 지...
2024.02.28 16:20지난 2009년 순천만에서 국내 첫 정원박람회와 국가정원이 탄생했다. 당시 노관규 순천시장이 주변 농경지에 있던 전봇대 282개를 뽑아낸 게 시작이다. 순천만 보존과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300억 원을 들여 생태형 탐방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생태공원으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순천만의 변신은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들까지 주요 뉴스로 다루는 테마가 됐다. 순천만 흑두루미는 1999년 80마리의 월동이 확인됐다. 이후 매년 1000마리 이상 서식이 확인되면서 흑두루미의 최대 서식지로 급부상했다. 전봇대는 이명박 정부시절 더...
2024.02.27 15:14얼마전 말로만 듣던 낙상을 했다. 잠시 혼절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계단을 내려오던 순간은 기억나는데 찰나의 순간 정신을 잃었다. 정신차려보니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잠시 후 오른쪽 허벅지에 파고드는 통증을 느낀 뒤 심각성을 깨달았다. 나이들어 조심해야 하는 게 고관절이라 했는데 불안감이 몰려왔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본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낙상 한달 지났지만 여전히 걸음걸음 조심하고 있다. 주변에 얘기를 했더니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해. 액땜 했으니 올해 운세가 좋아지려나보다”고 위로해 준다...
2024.02.26 16:23정부가 개발제한구역인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하겠다고 나섰다. 앞으로 비수도권에서 지역 주도 전략사업을 추진할 경우 해당 지역은 그린벨트 해제가능 총량 제한에 관계없이 무한대로 풀 수 있다. 개발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환경평가 1·2등급지 그린벨트도 해제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난개발·환경파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린벨트는 주로 도시 주변에 위치한 녹지지역으로, 도시 개발 및 확장으로부터 ...
2024.02.25 14:16“그는 베트콩을 죽였고, 나는 그를 카메라로 죽였다. 사람들은 사진을 믿지만, 사진은 조작하지 않아도 거짓말을 한다. 사진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68년 2월 1일. AP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던 에디 애덤스가 ‘사이공의 처형’이라는 사진 한장을 출고했다. 남베트남 사람이 셔츠차림의 베트콩을 길거리에서 권총으로 즉결 처형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 사람들은 악인, 피해자는 애꿎은 서민이라는 이미지로 반전 여론까지 불러왔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2024.02.22 16:44지난 20일. 박용진 의원이 기자회견장에 섰다. 그는 전날 ‘의정활동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데 반발하며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단 한 번도 권력에 줄 서지 않았고 계파 정치·패거리 정치에 몸 맡기지 않았다”며 이어 ‘하위 10% 통보’라는 “치욕을 공개하는 이유는 제가 받은 굴욕적인 일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어떤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경각심을 갖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박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당대표 선거 모두 출마해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
2024.02.21 16:21“미혼은 ‘아직 ~하지 못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미(未)자를 혼인할 ‘혼(婚)’자 앞에 붙여서 아직 결혼하지 못한 사람, 미래의 언젠가 결혼할 의향이 있지만 상황상 아직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상태 또는 삶의 형태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단어다. 싱글, 독립가구를 미완의 상태 및 불안정한 상태로 치부함과 동시에 이러한 라벨이 붙는 객체에게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 중) ‘나 혼자 산다’. 비단 미혼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결혼을 거부한 비혼주의자를 비롯해 기러기 아빠, 주말부부, 시...
2024.02.20 13:44강진 백련사 동백축제가 이번 주말부터 열린다는 소식이 아침신문에 실렸다. 절집과 초당을 오가며 다산과 혜장스님이 거닐었던 만덕산 동백림에서다. 쇠잔해가는 삭신에, 마음에라도 봄물 들이려, 이태 전 이맘때 만덕산 오솔길에 몸을 부린 적이 있다. 백련사 일주문, 동백숲, 해월루, 다산초당에 이르는 길이었다. 그날 보았던 기억의 편린을 소환하니 동백꽃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들이 함께 떠오른다. 동백은 능소화나 무궁화처럼 통째로 진다. 유치환이 그의 시 ‘동백꽃’에서 노래했듯 ‘목 놓아 울던 청춘의 피꽃’으로 피었다가...
2024.02.19 17:28대한민국이 희망으로 가득 찼던 황금기, 1990년대 초 대전엑스포와 꿈돌이 세대라면 강제적이든, 자의적이든 한 번쯤 ‘과학그림대회’에 참가해 봤을 것이다. 미래의 우리가 살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 그려보라던 주제에 누군가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누군가는 바닷속 해저터널을, 누군가는 화성이나 달에서 정원을 가꾸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그렸더랬다. 달나라에서 사과나무를 심고, 자전거를 타겠다고 한들, 그림을 그린 아이들을 보고 누구도 미쳤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년 후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에 도시를 세우겠다’고 말하는 ...
2024.02.18 14:20“네 아기는 모든 인류와 온 세상이 기다려온 기적이야.” 지난 2006년 개봉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은 불임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의 미래를 그린 영화다. 서기 2027년. 지구는 더 이상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불임’의 세계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어린 소년의 나이는 18살. 그마저도 목숨을 잃으면서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태어날 수 없는 행성으로 전락했다. 생기 없는 세상에서 남은 마지막 희망은 ‘편안한 죽음’. TV에 버젓이 등장하는 자살약 광고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과연 기적은 일어날 수...
2024.02.15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