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어린아이들의 공동묘지로 보인다.” 1963년 봄,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김원용 교수가 광주 신창동을 찾아왔다. 3년여 전, 향토사학자 양회채가 인근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항아리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신창동에서 발굴한 항아리는 모두 53개. 초기철기시대 옹관묘였다. “BC 1세기~AD 1세기 어린아이들의 독무덤으로 보인다. 유아사망률이 높던 시절, 어린이가 죽으면 함께 항아리에 묻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김원용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1992년 5월, 당시 국립...
2023.06.20 17:10얼마전, 챗지피티(Chat GPT)에게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장을 지낸 인물이 있는지를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김대중 대통령은 전북지사를 했다고 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대전시장을 지냈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문재인 대통령은 세종특별자치시장을 지냈다고 답했다. 거짓 정보를 마치 사실인 양 알려줬다. 다시 챗 GPT와 대화해 봤다. 이번엔 잘못된 정보를 서비스하고, 돈을 받을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돌아온 답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제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다 보니 ...
2023.06.19 12:38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 아이’ 혹은 ‘아기 예수’를 뜻한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하며, 보통 2~7년 주기로 나타난다. 엘니뇨 현상은 페루 해안가의 어부들에 의해 처음 관찰됐는데, 크리스마스 전후로 한류가 난류로 바뀌는 것을 알게 됐고, 이때 발생한 난류를 ‘아기 예수’ 탄생 시기에 맞춰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 있다. 엘니뇨는 지역과 계절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만,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엘니뇨는 지난 1951년 이후 모두 2...
2023.06.18 14:22광주에 얼마전 독특한 스포츠단이 탄생했다. 장애인들로 구성된 e스포츠단 ‘무등’이 그것이다. 지난 4월20일 제43회 장애인의 날에 탄생한 ‘무등’은 전국 최초 장애인e스포츠단이다. 무등 선수단은 광주장애인e스포츠연맹으로 등록된 27명(지적·자폐·시각장애인)의 아마추어·준프로 선수들로 구성됐다. 감독은 유수일 광주장애인e스포츠연맹 회장이 맡았다. 그리 한달 뒤인 지난 5월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열린 울산전국장애인학생체육대회. 여기서 서지원(광주시장애인체육회·조대부고) 선수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창단 한달만의 일이었...
2023.06.15 18:06기원전 5000년 전 인간의 음식이 업그레이드 된 데는 소금의 역할이 컸다. 물고기를 잡아 배를 가른 뒤 소금으로 간을 하고 저장하는 염장법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3000년 전 이집트 벽화에는 나일강에서 물고기를 잡은 뒤 배를 가르고 소금을 절이는 염장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소금으로 간을 하면 부패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았던 거다. 미이라를 만들때도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소금을 활용했다. 소금이 인류 최초 방부제로 쓰였던 것. 피라미드 축조 때도 염장한 생선을 인부들에게 나눠줬다는 기록도 있다. 시칠리아 등 고대...
2023.06.14 10:37“한 사람의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 1969년 7월 20일 오후 10시56분.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우주선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이 지구에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이 1960년부터 시작한 아폴로 계획의 성공을 전 세계에 알리는 낭보였다. 인류의 우주 탐사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인간의 꿈과 용기를 보여줬다는 의미도 크다. “지금이 천지 창조 이래 가장 위대한 순간이다.”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우주비행사들에게 처음 한 말이다. 1971년 2월 5일 오전 9시...
2023.06.13 17:50태국 경찰의 ‘뇌물 지급 확인 스티커’가 국제적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 스티커는 경찰에 뇌물을 제공했음을 알리는표식으로, 화물차에 붙이면 경찰이 과적 단속을 면하게 해 주는 이른바 ‘무사통과 출입증’이다. 이 스티커는 태국 개혁 성향 전진당 소속 위롯 라카나아디손 의원의 의혹 제기로 공론화됐다. 위롯 의원은 뇌물 스티커는 웃는 태양, 토끼, 판다 등 모양이 다양하고 통과 가능 검문소, 경찰 관할구역의 규모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폭로했다. 지역이 한정된 단거리 스티커는 3000~5000바트(11~19만원), 전국 모두 적용...
2023.06.12 14:51조선시대에는 관원들이 장수하면 잔치를 베풀어주는 제도가 있었다. 정2품의 실직(實職)을 지낸 문관들이 70세를 넘기면 기로연(耆老宴)을 열었고, 관료 가운데 출생이나 혼인, 과거급제 60년이 되면 회갑, 회근, 회방이라 하여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개중에 가장 큰 영예는 단연 회방연(回榜宴)이다. 조선시대의 평균 수명이 46세인 점을 대비하면, 회방연의 영광을 누리려면 급제 후로도 60년을 넘게 살아야 한다. 또 문하에 출중한 제자들도 두어야 한다. 조선 500년을 통틀어 고작 네 사람만이 영광을 누린 회방연의 첫 ...
2023.06.11 17:231897년 설립된 한성은행의 첫 고객은 대구의 상인이었다. 장사차 서울을 찾은 그는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려고 했지만 돈이 부족했다. 어렵게 은행을 찾아 대출을 부탁했지만 이번에는 담보로 맡길 것이 없었다. 결국 타고 온 당나귀를 담보로 잡혔다. 하지만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했고 결국 담보로 잡은 당나귀를 ‘업무용’으로 타고 다녔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송금 사건도 있었다. 1900년대 초 한 외국인이 30달러를 환전하고 지방으로 송금을 요청했다. 30달러를 한국돈으로 바꾸니 동전으로 2만 4000푼이 됐고, 은행은 말 ...
2023.06.08 17:43“구름은 서석산에서 먼 산으로 흩어지고/ 얼굴에 부는 바람 객의 마음을 달래주네/ 눈에 비친 석류꽃 비가 그친 뒤에 곱고/ 맑은 날 좋아하는 비둘기 주렴 밖에서 노래하네/ 높은 정은 산 아지랑이 밖에 부치고/ 맑은 생각은 섬돌가 대나무를 따르네/ 난간을 치며 노래 부르니 시상이 절로 우러나/ 다시금 시원한 달빛 뜰에 가득함을 바라보네.” 송순의 ‘면앙집’에 실린 ‘광주 희경루에 차운한 시(차광주희경루운·次光州喜慶樓韻)’이다. 광주시가 지난 2018년 ‘정도 1000년의 해’를 기념해 ‘희경루(喜慶樓)’ 중건사업을 본격화했...
2023.06.07 16:53“이건 꿈이야. 악몽을 꾸는 거야. 잠에서 깨어나면 괜찮을거야. 다 괜찮을거야.” 지난 2016년 무대에 오른 뮤지컬 ‘화순’은 광복 1주년인 1946년 발생한 화순탄광 광부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46년 8월 15일, 해방 1주년 기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로 향한 화순탄광 광부들이 미군의 탱크에 막힌다. 기념대회는 강제 해산되고 너릿재에서 미군의 토끼몰이식 진압에 수많은 광부가 죽고 다친다. 특무대까지 투입해 광부들을 완전 진압한 미군, 그리고 남겨진 광부들에게 어둡고 긴 침묵의 화순탄광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
2023.06.06 16:43“군쟁 중에서 어려운 점은 먼 길을 곧은길로 삼고, 근심거리를 이로움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그 길을 구불구불 가는 것처럼 하여 적을 이익으로 유인하면 나중에 출발한 군대가 먼저 도착하는 것이니, 이는 우직지계를 안다고 하는 것이다.”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 군쟁편에 나오는 말로, 누구나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는 항상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쳐올 때가 있으니 이럴 때 위기를 잘 넘기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 내야수 황대인(27)이 시련의 시기를 맞고 있다. 황대인은 지난달 ...
2023.06.04 18:01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시민모임)이 지난달 31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민모임의 위치는 매우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년간 묵묵히 강제동원 피해자들 옆에 있어왔지만 최근 몇몇 보수언론들에 의해 ‘역사의 희생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시민단체’, ‘반일 브로커’, ‘악날한 약탈적 형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여당 대표로부터는 “보호비 명목으로 돈 뜯는 조폭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까지 들었다. 그런 탓일까. 이날 기자회견이...
2023.06.01 15:48깃발은 인류와 함께해 온 대표적 상징물이다. 국가나 집단의 역사, 지리, 국민, 가치관 등 모든 것의 상징이다. 깃발에는 인류의 꿈과 희망, 좌절과 분노, 충성, 환희, 광기의 오랜 역사가 응축돼 있다. 작은 천 조각에 불과한 것 같지만, 그 아래 모이면 거대한 힘이 되고 정신이 된다. 한 집단의 구심체가 되고, ‘그들’과 다른 ‘우리’가 된다. 깃발 아래 갈등과 분쟁, 평화와 혁명 등 수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이 관통됐다. 다양한 상징의 깃발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국기다. 국기 마다 그 나라의 역사와 이념, 정체성이 ...
2023.05.31 12:19“이것은 잠자는 거인을 깨워 그 분노를 일으켰을 뿐이다.” 1970년 개봉된 영화 ‘도라 도라 도라’는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다룬 전쟁 영화다. 2차 세계대전, 미국 진주만을 침공한 일본은 욱일(旭日)기를 앞세워 침략과 전쟁에 대한 마각을 드러낸다. 폭격기로 군함에 자폭하는 ‘가미가제’, 출전을 앞둔 조종사의 머리 띠, 취사병의 팔목에도 욱일기는 빠지지 않았다. 승리를 자축하며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겠다는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든 거대한 욱일기도 침략과 약탈이라는 인류 최악의 상징이었다. 붉은 태양을 중심으...
2023.05.30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