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계첩에 실린 경현당석연도에서 묘사된 오방처용무의 춤사위(위키백과)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만들어 길에 버린다. 만든 사람을 상징하는 허수아비의 여러 부위에 지폐는 물론 한글이나 한자로 적은 불운 퇴치 기도문과 돈을 넣는다. 거지들이 와서 이 허수아비를 주워 돈을 가져간다. 돈과 함께 허수아비 만든 이의 1년간 액운도 함께 가져간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윌리엄 길모어, 알렌 등 초기 선교사들이 기록한 조선의 정월 대보름 풍속 묘사다. 니스벳은 '호남 선교 초기 역사'에서 이 장면을 더 상세히 설명한다. 윤은석의 발표 '초기 내한 선교사들의 한국무속 이해'(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를 인용해 살펴본다. "모조인형은 정월 대보름 이외의 때에도 악귀를 피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에너벨 니스벳에 따르면 '가운데 애기'로 불리던 여인(윤함애, 훗날 이기풍 목사의 ...
편집에디터2020.02.05 12:35무안군현경면 물바위-이윤선촬영 국가의 풍흉을 점치는 무안 현경 물바위 무안군 현경면 바닷가에 물바위가 있다. 바위 이름과 관련된 물암마을은 해제면이니 두 면의 경계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금슬 좋기로 소문난 부부가 두 남매를 키우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한 과객이 들었다. 주변에 주막이 없어 하룻밤 묵어가게 해 달라 부탁했다. 마음씨 좋은 부부는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극진히 대접하였다. 이튿날 과객이 충분한 보상을 하려 했으나 부부는 사양하였다. 과객이 감읍하여 말하기를, 중국 남경으로 무역을 하는 사람인데 같이 가자고 권유하였다. 한번만 다녀와도 평생 먹고살 돈을 번다는 말에 남편이 따라 나섰다. 아내는 아이들 키우며 남편의 금의환향을 기다렸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흰머리가 생기고 병이 생겼다. 날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급기야 세상을 뜨고 말았...
편집에디터2020.01.29 12:54성혜림 작-날아올라,20F,2020 성혜림 작가▶ 학력 및 경력 2011.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4 "생각하는 아이"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 광주) 2015 어른이 된다는 건... (소아르 갤러리, 화순) 2016 어제의 나에게 오늘을 묻다.(해와문화예술공간, 광주) 2016 라본 개관1주년 청년작가 초대전"어른아이" (라본 갤러리, 광주) 2017 무등산coboc 초대전 "나는 어른입니까?" (무등산coboc, 광주) 그 외 다수 단체전 참여. 수상 및 선정 2016. 광주시 아트시내버스참여 청년작가 선정 2016. 제2회 전국섬진강 미술대전 "청년작가상" 수상 레지던스 2011 광주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양산동 6기 입주작가 2014 광주 무등현대미술관 3기 입주작가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살'의 고어는 '설'이다. 그래서 한 살을 ...
편집에디터2020.01.22 18:56송가인 공연모습. 뉴시스 심신정화 송송태풍(心身淨化 宋頌太風)이란 말이 있더라.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의미심장한 사자성어일까? 아니다.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되는 신조어다. 송가인의 노래바람이 심신을 정화시킨다는 의미로 만들었다나. 삼행시 짓기에서부터 열성팬클럽 회원들에 의해 직조된 조어들이 저자에 넘친다. 건배사까지 장르를 뛰어넘는다. 송가인의 본명은 조은심(曺恩心)이다. 예명을 지은 이유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엄마 송순단의 성 송(宋)과 노래 가(歌) 혹은 아름다울 가(佳)에서 따왔다. 송(Song)이 노래라는 뜻이니 일석이조다. 본 이름이 촌스러워 예명을 만들었다는데, 열성팬들은 조은심(좋은 마음)이라 추켜세운다. 가히 송가인의 시대다. 지난 회 나는 이 지면을 통해 묻지 마라 갑자생으로부터 베이비부머세대까지 송가인 열풍의 진원지를 분석한 바 있다. 사회현상의 ...
편집에디터2020.01.21 15:12성혜림 작-날아올라,20F,2020 성혜림 작가▶ 학력 및 경력 2011.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4 "생각하는 아이" (유·스퀘어문화관 금호갤러리, 광주) 2015 어른이 된다는 건... (소아르 갤러리, 화순) 2016 어제의 나에게 오늘을 묻다.(해와문화예술공간, 광주) 2016 라본 개관1주년 청년작가 초대전"어른아이" (라본 갤러리, 광주) 2017 무등산coboc 초대전 "나는 어른입니까?" (무등산coboc, 광주) 그 외 다수 단체전 참여. 수상 및 선정 2016. 광주시 아트시내버스참여 청년작가 선정 2016. 제2회 전국섬진강 미술대전 "청년작가상" 수상 레지던스 2011 광주시립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양산동 6기 입주작가 2014 광주 무등현대미술관 3기 입주작가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살'의 고어는 '설'이다. 그래서 한 살을 ...
편집에디터2020.01.22 13:20송가인. 뉴시스 밤새 눈물 흘리며 듣는 송가인의 노래 밤새 송가인 노래를 들었다. 날이 새도록 훌쩍거렸다. 이른 새벽 방바닥에 넘어진 소주 몇 병, 마치 실연당하고 죽기를 결심하던 젊은 날의 상흔처럼 처연하더라. 내 형님과 매형 얘기다. 송가인이 부르면 모든 노래가 명곡이 된다나. 한 교수도 말했다. 같은 노래를 송가인이 부르니까 완전히 차원이 다르더라. 밤새워 송가인 노래를 듣다가 다음날 중요한 일정을 펑크 낸 적이 여러 번이라고. 이 정도면 문제가 심각하다. 송가인증후군(신드롬)으로 호명하는 이유일 것이다. 반론이 나온다. 무슨 차원씩이나? 뽕짝 아닌가? 가곡이나 클래식, 아니 서양에서 직수입한 팝에 비해서도 열등하고 비천하다 놀림 받았던 노래, 공식적인 자리보다는 뒷풀이나 술자리, 노래방 따위서나 불렀던 노래. 그런데 이 무슨 역전현상일까? 이구동성으로 저자에 ...
편집에디터2020.01.08 13:47닭. 뉴시스 용알 뜨기 풍속으로부터 "마을 각시들 초록명주 차림새로/ 담장 밖에 모여서 소곤거리는 말/ 동이 끼고 패 지어 냇물에 가서/ 용의 알 남실남실 떠이고 오네" 김려(金鑢, 1766~1822)가 정월 대보름 풍속을 노래한 15수 가운데 일부다. 상원은 대보름을, 리곡은 속된 노래 곧 민요를 말한다. 여기서 말한 용알이 무엇일까? '동국세시기'에 보면 황해도와 평안도 풍속에 보름 전날 밤 닭이 울 때를 기다려 집집마다 바가지를 가지고 서로 앞 다투어 우물에서 정화수를 긷는 풍속을 소개한다. 하지만 내 은사 최덕원 교수가 광범위하게 수집한 용알과 용샘 사진들을 참고해보면 남도지역에도 용샘과 용알 뜨기의 풍속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때의 물 긷는 행위가 용알 뜨기다. 맨 먼저 물을 긷는 사람이 그 해의 농사를 제일 잘 짓는다는 풍속이 있다. 건져 낸 물은 ...
편집에디터2020.01.01 14:21어떤 집에 아들이 하나 있었다. 혼기가 되어 며느리를 얻었다. 혼인 하자마자 아들이 외국으로 가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혹은 아들이 공부는 안하고 색시하고만 있으려하자 부모가 나무랐다. 화가 난 아들이 절로 삼년공부를 떠난다. 색시는 독수공방 살아간다. 어느 날부터 색시방에 쥐가 들락날락 했다. 밥을 주어 길렀다. 쥐가 점점 자라더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일 년 혹은 여러 해가 지나고 진짜 아들이 돌아왔다. 자기하고 똑같이 생긴 사람이 아들, 남편노릇을 하고 있었다. 서로 자기가 진짜라며 싸우게 되었다. 쥐남편은 부엌 숟가락 개수며 서까래 개수까지 다 알고 있었다. 물으면 물을수록 진짜 남편이 불리하였다. 결국 쫓겨나게 되었다. 하는 수 없이 도승을 찾아갔다. 해법을 알려주었다. "우리 절에 수십 년 묵은 고양이가 있으니 도포자락에 넣고 가면 해결될 것이오." ...
편집에디터2019.12.30 18:54촛불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책망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기를 보고/ 때론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최명섭 작사 작곡, ...
편집에디터2019.12.25 15:58광산농악-광주 광산구 호남우도농악이라면 영광우도농악과 광주 광산농악 혹은 진도걸군농악이 떠오른다. 주지하듯이 농악에는 경기농악, 호남농악, 영남농악, 영동농악의 분류가 있다. 이보형과 정병호가 정리한 '필봉농악'(문화재관리국, 1980)을 보면, 경기농악은 경기 영서농악과 충청농악, 호남농악은 좌도농악과 우도농악으로, 영남농악은 경남농악, 경북농악 등으로 세분된다. 정병호, 이보형 외 여러 사람이 참여한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농악, 풍어제, 민요편'(13권, 문화재관리국, 1982)에 의하면, 호남 우도농악은 전라도 서부지역에서 전승되는 농악을 가리킨다. 지역 범위는 전북 익산, 옥구, 군산, 김제, 정읍, 부안, 고창과 전남 영광, 장성, 광주, 나주, 함평, 무안, 장흥, 해남, 영암, 강진, 진도, 완도 등을 포괄한다. 양옥경은 호남 북서부지역에 해당하는 정읍, 익산...
편집에디터2019.12.18 12:33녹두서점의 오월 잊지 않기 위하여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 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탱크들의 행진 소릴 들었소/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의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여기 망월동 언덕배기 노여움으...
편집에디터2019.12.11 15:18나고시 박물관의 원무 그림 송가인의 트로트로부터 십여 년 전 내 논문을 통해 주문했다. 한국의 민요를 메이저 무대에 세우는 또 하나의 '하지메치토세' 혹은 판소리기법 그대로 메이저 무대에 승부하는 '아사자키이쿠에'가 출현할 수 있는 인식전환 말이다. 그 대답의 일부를 송가인이 해주었음을 지난 칼럼에 명토박아두었다. 송가인의 트로트가 독창적이라는 언설에 대답이 들어있다. 나는 판소리를 비롯한 남도민요의 독특한 시김새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송가인 열풍이 지닌 사회현상은 따로 분석하겠지만 그 신드롬을 가능하게 한 기술 중의 하나가 남도풍 시김새라는 의미다. 남도풍이라니? 송가인의 엄마는 진도 혹은 남도를 대표하는 무당이다. 송가인은 본래 판소리 전공자였다. 엄마를 도와 씻김굿 의례를 도운 적도 있다. 남도의 무가, 판소리, 민요의 시김새들이 고스란히 트로트의 발성에 이입되었...
편집에디터2019.12.04 13:57고향 기카이지마 해변에서 시마우타를 부르는 샤오리 양 향수의 노래로 정착한 아마미오시마의 시마우타 송가인의 부상으로 트로트가 때 아닌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트로트의 시대가 다시 오기라도 한 것일까. 송가인 열풍에 대해서는 여러 평자들이 논의한 바 있다. 대체로 송가인 신드롬, 송가인 현상, 송가인 증후군 등의 카피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송가인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우선 한 자락 깔고 가겠다. 송가인의 엄마는 왜 무당이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본 지면에 소개했던 것도 참고할 만하다.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할 터인데 우선 일본의 시마우타를 거론해둔다. 본지에 민요를 다루면서 짧게 언급했던 적이 있으므로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 관련이 있다기보다 오래된 일본의 시마우타 현상을 통해 송가인 현상을 이해해보자는 취지다. 시마우타(島唄)라는 호명은 크게는 류큐(琉球)문화권의...
편집에디터2019.11.27 13:04곡성 섬진강변에 있는 도깨비마을과 숲 장면 하나. 도깨비와 씨름을 했다. 도깨비의 키는 장대보다 더 높았다. 밤새 씨름을 하다가 마침 꾀가 생각났다. 도깨비는 왼다리가 약하다고 하더라. 냅다 왼다리를 발로 찼다. 그랬더니 실제로 도깨비의 키가 쑥쑥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람 키 정도로 작아졌을 때 안짱다리를 걸어 자빠트렸다. 이겼다. 마침 나무숲에 있는 큰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도깨비를 나무에 묶고 옆에 있는 칡 줄로 칭칭 동여매두었다. 마을로 돌아왔다. 아침이 되니 어젯밤 씨름하던 도깨비가 궁금했다. 동구 밖을 지나 씨름하던 마을숲가로 가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키 큰 소나무에 칡 줄로 칭칭 묶여있는 건 빗자루 아닌가. 그것도 다 닳아져서 버린 몽당 빗자루 말이다. 이른바 빗자루 도깨비 이야기, 도깨비 이야기 수집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듣는 감초격의 이야기다. 몽...
편집에디터2019.11.20 13:38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보유자 故 박병천. 진도군 제공 뼛속만으로는 부족하여 누대를 이어/ 무(巫)를 받아 무(舞)를 전하네/ 온몸이 악기요 숨마저도 춤이라/ 보면 흥이요 들으면 눈물겨워/ 백 년을 기다려야 님의 모습 보려나/ 창자를 우려내어 토하는 소리는/ 시김마다 처량하고 마디마디 슬픔이네/ 한(限)도 연(緣)도 혜량할 수 없는데/ 사자의 귀성인가 절절함 끝이 없고/ 그리움 소름 돋아 그대 넋이 분명코나/ 팔 벌려 비켜서면 바람도 긴장하고/ 디딤은 거침없어 눈부시게 맵시 나네/ 두 손의 쌍채는 신명의 여의주인가/ 사위는 차고 자취는 현란한데/ 일거일동 흥의 암호 그 누가 풀리 수년 전 김명호씨가 박병천 선생에게 바친 헌시다. 박병천이 누구길래 이런 절절한 헌시를 바친단 말인가? '당골'임을 천명하고 그것을 자랑으로 여겼던 아마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이후 ...
편집에디터2019.11.13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