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에 최염이란 장군이 있었다. 최염은 여러 방면에서 아주 뛰어난데다 성격도 호탕한 사람으로, 그의 외모와 재능에 반한 무제가 특별히 총애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사촌동생인 최림은 외모와 체격이 체격이 빈약하고 학문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고 더딘 모습을 보이자 친척들로부터 멸시를 당했다. 하지만 최염 장군만이 최림의 재능을 꿰뚫어보고 “큰 종이나 솥은 쉽게 만들지 못한다. 큰 인재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최림은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사람이니 후일에는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것이다”고 말하며 그를 아끼고...
2023.08.28 17:261901년, 미국 뉴욕은 여름이면 덥고 습했다. 어떤 날은 인쇄기를 가동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종이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컬러 인쇄에는 치명적이었다. 습도 문제를 해결하는게 급선무였다. 윌리스 캐리어는 1902년 제습기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제습기가 현대식 에어컨의 시초가 됐다. 에어컨의 발명은 인류사의 방향을 바꿨다. 열대기후 지역에 국가 다운 도시 발전을 가능케 했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는 생전에 20세기 최고 발명품을 에어컨이라고 극찬했다. 인류에게 에어컨 없는 삶은 상상하기 조차 무섭다. 역대급 ...
2023.08.27 14:11“한글을 영어와 함께 ‘세계공용어’로 채택해 달라.” 지난 2013년 여수 출신 신순범 전 국회의원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인류 문화의 발전과 행복 증진을 위해 한글을 세계 공용어로 만드는데 앞장서 달라는 내용이었다.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과 찰스 랭글 미국 연방하원의원에게도 같은 서신을 보냈다. 한글은 그 효용성이 뛰어나 세계공용어로 제정하면 문맹퇴치 등 인류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비록 채택은 되지 않았지만 이 사건으로 신순범은 ‘잊혀졌던 정치인’에서 영원한 정치인으로 각인...
2023.08.24 16:37요즘 지역 특산물이나 지역적 특색을 담은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로코노미’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로코노미란 ‘Local(지역)’과 ‘Economy(경제)’의 합성어로, 지역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 현상이라 말할 수 있다. 지난달 맥도날드의 새 메뉴인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가 출시 일주일 만에 50만개 이상 팔리면서 대박을 쳤다. 맛과 향이 진한 진도산 대파를 주원료로 쓴 버거인데, 맥도날드는 한 달 동안 50톤에 달하는 진도 대파를 현지에서 수급했다고 한다. 다량의 대파 수매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받은...
2023.08.23 15:281945년 8월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순식간에 8만여 명이 죽고 반경 4㎞에 살아남은 생명체가 없을 만큼 피해는 참혹했다. 하지만 폐허가 된 나가사키 거리의 한 가정집에서 불탄 감나무 한그루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폭발 직후 2000도에 달하는 열복사와 초고기압을 이겨낸 유일한 생명체. 이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일본 나무 의사 에비누마 마사유키. 그는 이 나무에서 씨를 받아 발아시키고 접목하는 방식으로 2세 나무를 살려냈고 지난 2000년에는 광주시립미술관에도 식재했다. “정이품송이 죽어가고 있다. 꼭...
2023.08.22 16:54‘1. 살인한 자는 사형에 처한다. 2. 사람을 다치게 한 자는 곡식으로 갚는다. 3. 강도 짓을 한 자는 그 집의 노비가 된다.’ 학창시절 국사 교과서에서 배웠던 ‘고조선 8조(금)법’ 중 일부다. 신라 최치원이 쓴 ‘양위표(讓位表)’에도 고조선 8개 법을 의미하는 팔조지교(八條之敎)를 이어받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도 등장한다. 8조법 자체가 한반도 국가들이 오랜 법치 문명국가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자부심의 근원으로 여겼던 조항인가 보다. 서양에도 비슷한 법률이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
2023.08.21 09:22‘마이너스 통장’은 대출 한도 내에서 언제든지 돈을 인출할 수 있고, 여유 자금이 생기면 바로 갚을 수 있어 편리하다. 많은 이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는 이유다. 정부에도 마이너스 통장과 유사한 ‘한국은행 일시 대출금 제도’가 있다. 일시 대출금은 정부가 세금이 걷히기 전 일시적으로 빌려 쓰는 자금으로 나중에 세금이 들어오면 갚는 식이다. 정부가 세수 감소에 따른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올 상반기에만 100조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정부가 한국은행에 빌린 누적 금액은 ...
2023.08.20 16:34바다거북을 연구하며 전 세계 해변을 탐사하던 해양생물학자 마이클 스타코위치. 바다거북을 찾아 대한민국부터 튀르키예, 과들루프, 남극까지 전 세계의 바다를 돌아 다녔지만 정작 그가 목격한 것은 바다거북이 아니고 바다를 가득 메운 해양쓰레기였다. 타이어부터 음식물쓰레기와 각종 일회용품, 심지어 산탄총 탄피까지 종류도 엄청났다. 충격을 받은 그는 지구가 처한 바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바다거북을 뒤로하고 펜과 카메라를 들었다. “인간이 더 깔끔하고 청결해질수록, 바다와 자연환경은 더 오염되고 지저분해진다.” (스타코위치 저 우리가 바다에...
2023.08.17 17:14삼례에서 사는 지인의 부음에 조문하고 내려오는 길에 일행들과 함께 전주에 들렀다. 누 천년의 고도 전주는 늘 그랬듯 시간여행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용비어천가’의 설화가 담긴 오목대·이목대와 경기전, 전라감영…. 조선 왕조의 본향 전주의 고건축물에 스며있는 역사의 주름을 대할 때마다, 그 시간의 깊이와 넓이에 경탄이 절로 나온다. 이번 시간여행은 전주부성길로 잡았다. 부성길은 조선 선조 4년, 전라감사로 임용된 문신 유희춘(柳希春 1513~1577)이 이틀 여정으로 걸었던 길이다. 그해 유희춘의 ‘미암일기(眉巖日...
2023.08.16 15:25“이제 방수가 되는 손목시계가 모두에게 필요할 것이다.” 1926년, 스위스 롤렉스 창업주 한스 빌스도르프가 세계 최초로 방수가 되는 시계 오이스터를 출시했다. 예술성과 정확성으로 시계의 가치를 평가했던 시절, 운동선수와 탐험가 등 극한의 환경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늘면서 미래에는 방수 기능이 손목시계의 필수적인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게 한스의 생각이었다. 그의 확신은 정확했다. 특히 모험가 프랜시스 치체스터가 226일간 요트로 세계 일주를 하고, 에드먼드 힐러리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때 롤렉스 오이스터를 착용했다는 ...
2023.08.15 17:41“어른들은 우리미래와 상관이 없어요. 기후위기가 심각해진 미래에 어른들은 없을 거고 우리는 고통스럽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에요. 나중에 헌법재판소에 또 가서 말하고 싶어요. (환경보호)법을 그렇게 약하게 하면, 어른들이친구에게 돈 빌려주고 나중에 안 돌려주는 것과 다름없다고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아이기후소송의 헌법소원 청구인인 아이들이 한말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환경보건위원회,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단’은 헌법재판소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
2023.08.13 14:13“남들과 똑 같은 기사를 쓸거면 현장에 기자를 왜 보내나. 힘들게시리. 그냥 자료 받아 쓰면 되지.” 사회부장으로서 필자가 부원들에게 현장 취재를 지시할 때 항상 하는 말이다. 똑같은 현장이라 하더라도 기자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자를 설명할 때 글로 이야기 하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하기 위해선 꽤나 힘든 절차가 필요하다. 정확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제대로 듣고, 제대로 봐야 한다. 이것은 기본이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바로 ‘본질’에 대한 의문이다. 어떤 현상에는 항상 본질이 있...
2023.08.10 12:55자주 사용되는 사자성어 가운데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대개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의 내용이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더 재미가 있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점입가경’은 중국 동진(東晉)의 화가였던 고개지(顧愷之)의 일화에서 유래됐다. 고개지는 서예로 이름을 날리던 동시대의 명필가인 왕희지와 함께 당대 예술계의 투톱을 달리고 있었다.그는 재주가 많은 것과 독특한 성격으로 유명했는데, 특히나 불교 인물화에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고개지는 사탕수수를 좋아했다. 그는 항상 뿌리에서 먼 쪽의 얇은 가...
2023.08.09 16:44“안전이 최우선이다. 모든 대원을 안전하게 대피시켜라.” 1971년 8월 6일, 일본 후지산 아래 아사기리에서 열린 제13회 세계잼버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이날 후지산은 19호 태풍 ‘올리브’의 영향으로 강풍과 폭우에 휩쓸렸다. 일본은 자위대의 지원을 받아 1만 2500명의 대원을 대피시켰고 모든 프로그램을 중지했다. 500여 명을 파견한 한국 단원들도 자위대와 학교 등에 분산됐다. 태풍 이후 행사는 다시 진행됐지만 이 대회는 잼버리 역사상 최초의 자연재해 였다. 4년마다 열리는 잼버리는 세계 청소년들의 올림픽이다. 1920년...
2023.08.08 17:26이동성 민족인 서양 사람들은 더우면 더위를 피해 이동했다. 보통 여름 휴가가 2주에서 한달 가량이다. 반면 정착성 민족인 우리는 이동하지 않고 더위를 피해야 했다. 그래서 피서 방법이 남달랐다. 의식주 생활 속에 통풍 구조가 스며들었다. 옷과 피부 사이에 가장 통풍량이 많은 옷이 한복이다. ‘옷이 몸에 붙으면 복 들어갈 틈이 없다’는 속담처럼 한복의 넉넉한 여유는 복과 바람이 드나드는 공간이다. 무더운 여름철, 잠 잘때는 죽부인이라고 해 ‘바람 각시’를 안고 잤다. 대나무로 만들어 통풍 기능을 갖춘 침구류인 이 ‘죽인형’을 더...
2023.08.07 13:48